1. 만 레이
만 레이는 189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사우스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건축을 공부했고 이후에 미술학교에 입학하여 화가를 꿈꾸었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미술작품 활동을 하였고 마르셀 뒤샹, 프랑시스 피카비아를 만나게 되어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에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1921년부터 파리에서 거주하며 다다이즘* 운동을 하였고 1924년 즈음부터는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가하였습니다. 파리에서 활동하면서부터 사진 작업을 시작하였고 렌즈를 사용하지 않은 다양한 기법으로 작품을 이어나갔습니다. 몽파르나스의 스타 Kiki(본명:알리스 프랭(Alice Prin))는 그의 사진 모델이자 동료이며 연인이었고 키키뿐만 아니라 파블로 피카소, 헤밍웨이 등 많은 유명인사들의 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1940년부터 10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하며 많은 전시회를 열었고 1951년 다시 파리로 돌아와 활동하였습니다. 1963년 자서전을 발간하였고 만년에도 그림 그리는 일을 놓지 않고 작업을 했으며 1976년 파리에서 사망했습니다.
*다다이즘: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5년부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운동으로 기존의 모든 가치나 질서를 부정하고 반이성, 비합리성, 반전통적, 반예술을 표방
2. 레이요그래프
만 레이는 기존의 회화나 사진 창작 기법들을 벗어나 '빛으로 그려진 그림', '카메라 없이 만들어진 사진', '렌즈 앞을 벗어난 피사체'로 표현될 수 있는 예술의 독창성을 추구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만 레이의 사진작품의 대표적 특징은 레이요그래프(Rayograph)입니다. 레이요 그래프는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인화지에 직접 피사체를 배치하여 빛을 비추어 나타내는 방법으로 만 레이가 스스로의 이름을 넣어 명명한 기법입니다. 레이요그래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맛있는 들판', '우주의 서체', '계란과 껍질', '8번가' 등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사진에 그림을 접목하여 인화하거나 반전 현상, 몽타주 등의 기법을 사용하였고 무의식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연출하는 초현실주의의 특징을 과감히 보여주며 추상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만 레이는 사진,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예술계 여러 유명인사들을 촬영하였으며 독특한 앵글로 찍은 모델들의 사진을 잘라내어 인물 및 패션사진 분야에서도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폭넓은 활동과 다양한 작품으로 인해 만 레이는 화가, 사진가, 영화감독, 시각 미술가 등으로 불립니다.
3. 독특하고 창의적인 표현
■ 앵그르의 바이올린(Ingres's Violin)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으로 모델 키키의 뒷모습을 촬영한 인화지에 바이올린의 무늬를 그려 넣어 연출한 사진입니다. 그저 단순히 카메라를 들고 파사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한 때 회화를 공부했던 그의 작품답게 사진과 그림을 접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낸, 만 레이의 다양한 시도가 두드러지는 대표작입니다. 단순한 해석으로는 바이올린의 곡선을 닮아 있는 키키의 뒷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나 더 나아가 살펴보자면 '본업을 뛰어넘어 열정을 갖는 취미', '삶의 의미와 원동력'을 뜻하는 프랑스어 숙어 '앵그르의 바이올린*'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타내어 키키가 그의 원동력, 뮤즈라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그르의 바이올린: 화가였지만 그림보다 바이올린에 더 열정을 보였던 앵그르로부터 비롯한 숙어
■흑과 백(Noire et Blanche)
1920년대 유럽의 모더니즘 화가들 사이에서 인기있었던 아프리카 예술과 당시 만 레이와 작가들이 즐기던 재즈 기반의 음악과 무용 등 현대와 원시의 다양한 문화를 함께 보여주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몽파르나스의 사랑받는 뮤즈 키키의 얼굴과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바울레 부족의 가면을 나란히 놓아 닮은 듯 다른 두 얼굴의 특징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잠든 얼굴로 우아한 조각상처럼 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키키와 정면을 향해 있는 가면의 모습은 현실을 초월하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유리눈물(Les larmes de verre)
피사체의 얼굴, 특히 눈 주위를 크게 확대하여 촬영한 이 사진은 크게 눈을 뜨고 위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델의 눈 아래로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눈물은 제목처럼 진짜 눈물이 아닌 유리로 연출되었습니다. 만 레이는 이 사진을 두고 유리 눈물방울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눈물에 인간의 감정이나 영혼이 담겨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연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 역시 앵그르의 바이올린처럼 높은 가격에 낙찰되어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표주자인 만 레이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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