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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작가

Yousuf Karsh, 내면을 관찰하는 자

by VIIN-11 2022.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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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서프 카쉬

유서프 카쉬는 1908년 오스만 제국(현 터키)의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났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오스만 제국에서부터 터키에 이르기까지 터키 국가가 소수민족이자 기독교인 아르메니아인을 집단 학살했는데 카쉬는 이 집단학살의 생존자였습니다. 카쉬는 1924년 캐나다로 이주하였고 삼촌이자 유명한 사진작가인 조지 나카쉬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조지 나카쉬의 가르침으로 사진과 예술에 대해 깨우치기 시작한 카쉬는 보스턴의 인물사진작가 존 가로의 스튜디오에서 수습생으로 일하며 회화와 예술 전반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1932년 카쉬는 캐나다 오타와에 스튜디오를 열었고 아인슈타인, 헤밍웨이, 헬렌 켈러, 파블로 피카소, 오드리 헵번 등 정치,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사들을 촬영했습니다. 특히 1941년 카쉬가 촬영한 윈스턴 처칠의 사진은 잡지 <라이프>에 실리게 되었고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줬습니다. 윈스턴 처칠을 촬영한 사진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20장 이상의 사진이 <라이프> 표지로 사용되었을 만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또한 수많은 사진 관련 서적에 그의 사진이 실렸으며 사진과 관련된 일화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평생 1만 5천 장 이상의 사진을 촬영한 카쉬는 2002년 93세의 나이로 캐나다 오타와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2. 섬세한 빛과 관찰력

카쉬가 촬영한 인물 사진은 흑과 백의 강한 대비가 특징인데 이를 통해 인물의 개성과 분위기를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존 가로의 견습생일 당시 배웠던 렘브란트와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빛과 인물 묘사에 대한 특징을 연구하였고 자연광과 인공광을 함께 이용해 이를 사진에 잘 녹여냈습니다. 

한편 카쉬는 캐나다 오타와에 스튜디오를 열었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모델이 친숙하게 느끼는 장소에서 촬영하였습니다. 까칠한 성격으로 유명한 윈스턴 처칠이 카쉬에게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사자도 조용하게 만들 수 있겠다'고 말한 일화를 통해 카쉬가 모델을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삼촌과 존 가로의 가르침과 수많은 인물 촬영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모델을 위한 배려심,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인물의 성격을 깊이 연구한 그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모델이 친숙하게 느끼는 장소는 주로 그들의 집이나 작업실이었고 때문에 때때로 그들의 그림이나 조각상, 작업도구, 옷 등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카쉬는 이를 통해 더욱 모델의 성격과 직업,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카쉬는 모든 사람들 속에 숨겨진 내면의 힘에 엄청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고 이 비밀스러운 매력을 포착하는 것이 평생의 과제였다고 말합니다. 카쉬의 사진은 피사체였던 유명인사들과의 일화가 함께 소개되곤 하는데 그가 인물에 대해 적은 글을 통해 그가 진심을 다해 대상을 이해하고 작업에 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유서프 카쉬의 작품

 

Winston Churchill by Yousuf Karsh
Winston Churchill by Yousuf Karsh, icp.org

Winston Churchill

가장 널리 알려진 카쉬의 대표작으로 오늘날까지도 가장 많이 복제되는 초상사진 중 하나로 소개됩니다. 처칠이 늘 놓지 않고 물고 다니던 시가를 카쉬가 갑작스럽게 뺏아 가져갔고 비판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처칠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표정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인물의 성격을 미리 연구하고 이를 포착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위 사진의 다음 컷에서 처칠은 약간의 미소를 보이는데 카쉬의 대처를 칭찬하며 누그러진 모습으로 두 번째 컷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Ernest-Hemingway by Yousuf Karsh
Ernest-Hemingway by Yousuf Karsh, karsh.org

Ernest-Hemingway

헤밍웨이의 사진 역시 카쉬의 대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카쉬는 헤밍웨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미지를 예상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만난 헤밍웨이는 겉보기에 인생의 풍파에도 강인함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반면에 독특함과 부드러움, 수줍음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빛으로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헤밍웨이의 성격과 분위기를 잘 표현한 사진입니다.

 

 

이 밖에도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버나드 쇼, 작곡자 얀 시벨리우스, 과학자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등 많은 유명인사들의 사진과 일화가 전해져 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현대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을 촬영할 당시의 일화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유명세와 다르게 소박했던 그녀의 아파트는 천장이 낮아서 춤추는 동작을 취하기가 어려웠는데 카쉬의 부탁으로 그녀는 넓은 무대에서 춤을 추는 상상을 하며 포즈를 취했다고 합니다.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를 보고 카쉬는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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